브라질 음악에 대해서..
음악의 절대강국
`브라질'
브라질은 서기1500년, 포르투갈 해군 사령관이었던 페드루 알바레스 카브랄에 의해 발견되었다. 인도를 향해 서쪽으로 항해하던
길에 발견된 이 미지의 대륙은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브라질(Brasil)'이라고 알려진 값진 붉은 염료를 함유한 나무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또한, 해안을 탐사하고 있던 프랑스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포르투갈은 적극적으로 식민지화에 나서게 되었다. 결국
브라질이란 국명은 염료를 함유한 나무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개척 경쟁이
치열해지자 마침내 교황청이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 포르투갈은 남아메리카 영토의 절반에 가까운 브라질이란 보석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되면서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페인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었다.
새롭게 발견된
브라질은 자원의 보고였고, 광물채취와 농작물재배를 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포르투갈은 신대륙발견 이전부터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노예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다시 브라질로 끌려갔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오늘날 `브라질 흑인들의 시조'가 된 것이다.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노예의 이동은 문화의 이동과 혼합을 촉진시켰다. 아프리카흑인들의 탁월한 리듬감은 포르투갈을 비롯한 유럽의 음악과
합쳐져 `아프로-브라질리안(Afro-Brazilian)'으로 발전했다.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음악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아프리칸 리듬이 뼈대를 이룬다. 물론, 원주민 인디오들의 민속음악도 있지만,
아프로-아메리칸, 아프로-콜롬비안, 아프로-페루비안 등등 아프리칸 리듬과 결합된 일종의 혼혈음악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아프로-브라질리안은 쿠바의 `아프로-큐반(Afro-Cuban)'과 함께 전 세계 대중음악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다. 이러한 탄탄한 밑바탕을
기반으로 브라질과 쿠바는 세계적인 음악강국이 될 수 있었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이 두 나라는 음악의 절대강국이며 동시에, 리듬의 보고인
것이다.
브라질은 정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고 사랑 받는 나라이다. 쌈바의 뿌리가 된 `쇼루(Choro)', 카니발음악의 대명사
'삼바(Samba)', 삼바에 뿌리를 두고 미국의 쿨 재즈와 섞인 이지적이고 낭만적인 음악 `보싸노바(Bossa Nova)', 이외에도 아마존
유역의 원주민 음악 등, 지역별로 여러 음악들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장르는 아니지만 브라질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역이
북동부에 위치한 `바이아(Bahia)'주이다. 바이아는 한마디로 브라질의 아프리카이다. 아프리카흑인들의 후손이 정착한 이 지역은 모든 문화가
다른 지역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아프리카혈통을 이어받은 지역답게 바이아음악은 원초적인 리듬과 다양한 타악기가 발전됐다.
1960년대
이후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인 대다수가 이 지역 출신으로, 현재 브라질 음악의 중심지이다. 브라질음악은 바이아음악의 전통 속에서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바이아는 지역적인 의미를 떠나, 오늘날 브라질 음악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브라질음악의 적당한 입문서
지난 2000년은 브라질이 발견된 지 5백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외신을 통해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접했던 기억도 나는데, 아무튼 브라질은 지난 5백여 년 동안 많은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특히 음악과
축구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브라질음악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브라질뮤지션들 스스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브라질음악 모음집인
`보싸노바의 아버지' 안또니우 까를로스 조빙은 Tom Jobim이란
그의 애칭으로 참여했다. 그는 브라질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1세대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적 영향력은 브라질뿐만 아니라 재즈, 팝 등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말찡유 다빌라(Martinho Da Vila)는 삼바는 물론 브라질음악의 손꼽히는 거장이다.
그가 첫 곡을 부른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기타와 보컬의 달인 조어웅 보스꾸(Joao Bosco)는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하게 삼바의 매력을
전한다. 브라질 음악계의 디바 가운데 한 명인 마리아 베따니아(Maria Bethania)는 두 곡을 불렀다. 70년대 초반 그녀의 음반이
유럽에 소개됐을 때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그녀의 친오빠인 까이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 역시, 현재
브라질음악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추앙 받고 있다.
`브라질음악의 여왕' 가우 꼬스따(Gal Costa)는 그녀 특유의 온화하고 감미로운
보컬을 통해 여왕의 품위와 자태를 드러낸다. `포르투갈어를 음악적으로 가장 잘 표현하는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꾸 부알끼(Chico
Buarque)의 참여도 눈 여겨 볼만하다.
이러한 거장들의 작품이 앨범의 절반을 차지했다면, 주로 90년대 이후에 발표된 신진
뮤지션들의 노래가 나머지 절반을 채웠다는 것도 흥미롭다. 트립합, 힙합, 록 음악이 가미된 이들의 스타일은 브라질음악의 `오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한 장의 음반에서 그 나라의 음악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이 앨범은 브라질음악으로 향하는 `적당한'
입문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브라질은 월드뮤직 그 자체이다.’
축구 없는 브라질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음악은 브라질이란 국가를, 혹은 브라질인들의 생활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다. 우리가 경탄하며 지켜보는 브라질 축구 선수들의 부드러운 드리블이 주는 리듬감은 어쩌면 브라질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브라질 음악의 역동성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공중파 FM에 월드뮤직 전문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등 ‘월드뮤직’이란 단어가 이제는
생소하지 않은 종류의 것이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월드뮤직에 관한 한 수박 겉핥기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음반 시장에 본격적인 브라질 음악 시리즈가
소개된다. 이 시리즈의 타이틀은 ‘Focus on’.
BMG Brazil에서 기획하고 발매한 이 브라질 음반 가이드는 ‘Brazilian
Music Grooves’, ‘500 Years of Brazil’, ‘Brazillian Divas’, ‘Bossa Nova’,
‘Romantic Samba’, ‘Beats of Brazil’, ‘Songpoets of Brazil’, ‘Brazillian Pop’ 이란
명칭하에 모두 8장의 앨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내에서는 한국 BMG뮤직에서 3월부터 매월 2장씩 발매될 예정이다. 이미 일본만 해도 브라질
음악 음반 가이드 수십 종이 시중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월드컵과 궤를 같이하여 발매되는 브라질 음악
가이드 ‘Focus on’ 시리즈는 국내외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끼쳐 왔음에도 그간 간과해 왔던 거대한 음악 용광로?브라질 음악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 모두 8 타이틀로 구성된 ‘Focus on’ 시리즈는 다양한 브라질 음악에 대한 갈증 혹은 무지를
해소함과 동시에 기존 대중음악에 염증을 느껴왔던 음악팬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통과제의의 음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 음악의 다양성을 담은 ‘Focus on’
브라질 음악이 전세계 음악에 끼쳐왔던 영향력은 실로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국내에도 마찬가지여서 소위 ‘퓨전 재즈 가요’라 불리며 (혹은 오인 받으며) 가요계를 이끌었던 ‘퓨전 열풍’, 그리고 댄스 가요에
영향을 미쳤던 ‘라틴 가요’ 열풍 속에도 보사노바와 삼바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듯, 삼바와 보사노바는 전세계 음악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은
바 있으며, 일시적으로는 람바다가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라질 음악을 전세계에 알렸던 이런 음악들도 브라질의 광대한 음악
보고 중의 일부였을 뿐이다.
세계 5위의 넓은 국토, 1억 6천만명의 인구, 백인, 메스티조(백인과 토속민의 혼혈), 뮬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 등의 다양한 인종이 지난 5백년간 빚어내 온 음악들은 우리의 상식 이상의 다양함과 비옥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포르투갈의 지배로
인해 생겨난 유럽 문화의 유산과 포르투갈어의 독특한 분위기,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노예들에 의해 생겨난 리듬, 그리고 이방인 특유의
향수(사우다지) 등은 브라질 음악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Focus on’ 시리즈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 시리즈가
보사노바나 삼바와 같은 특정 쟝르에 머물지 않고, 브라질 전체 음악을 망라하고,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음반들은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추억하기 위한 것이 아닌, 브라질 음악의 어제와 오늘을 확인하고 월드뮤직과 전세계 음악 흐름의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브라질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단어/ 용어들
모지냐(Modinha) : 17세기 무렵의 등장한 음악. 브라질의 대중음악은 모지냐와 룬두로 출발하는데, 모지냐는
포르투갈어인 ‘모다’(‘노래’라는 뜻을 갖고 있다)를 어원으로 갖고 있는 백인계의 유행가요다.
바이아(Bahia) : 브라질 동북부에
있는 주. 노예들이 상륙했던 장소로 아프로 리듬이 섞인 전통음악들이 이 곳에서 많이 생겨났다.
보사 노바(Bossa Nova) :
‘새로운 경향’을 뜻하는 음악으로 1950년대 후반에 리오를 중심으로 생겨난 부드러운 음악. Antonio Carlos Jobim과 Joao
Gilberto 등이 보사 노바의 세계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으며 재즈는 물론 팝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쳐 왔다.
쇼로(Choro) :
19세기 후반에 성립된 기악 음악으로 유럽에서 건너 온 폴카 등의 댄스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바이아 출신 음악인들에 의해 삼바 등의 음악을
위한 댄스음악으로 변모하면서 도시 댄스 음악의 기초를 만들어 주었다.
삼바(Samba) : 아프리카에서 전해져 온 아프로 계열의 춤과
노래. 바이아를 거치면서 독자적인 스타일로 변화되었다. 2/4박자를 기본으로 한다.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 보사 노바, 삼바 이후의 브라질 도시 대중 음악의 총칭.
트로피칼리아(Tropicalia),
트로피칼리스모(Tropicalismo) : 포스트 보사 노바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운동. 바이아 출신의 젊은 뮤지션들이 주축이 되어
트로피칼리스모 운동을 벌이는데, ‘트로피칼리아’라는 노래 제목에서 비롯된 이름이다.